금융기관,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핀테크 역시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누구도 잠재력을 가늠하기 어려워 '아직 가보지 않은 길'로 여겨지는 AI를 사업에 잘만 접목시키면, 순식간에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AI 경쟁에서 스타트업과 빅테크 모두 동등한 승리 확률을 갖고 있다"라고 예측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금융업계에서 AI는 이미 신용평가, 대출심사, 고객경험 제고, 로봇자동화 등에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갈수록 높아지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발맞춰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산업 전반에 걸쳐 AI 도입 및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해외에서도 핀테크 기업이 고도화된 AI 기술을 접목시켜 새로운 사업의 기회로 삼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치가 높은 핀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 핀테크 업체 스트라이프(Stripe)는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GPT-4 모델을 도입해 디지털 지불 처리를 비롯한 기능에 통합하고 있다.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 클레오(Cleo)도 사용자에게 AI 챗봇 메시지에 기반해 초개인화된 조언을 해주고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 홈과 통합해 문자와 음성을 통한 양방향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필자가 운영하는 핀다 역시 적극적인 AI 활용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진화시키고 있다. 작년에는 AI 기술을 통해 상권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오픈업이라는 회사를 인수했고,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봄부터 제대로 된 데이터 없이 창업하는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창업에 필요한 다양한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사업자들의 대출 평가 리스크를 더욱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폐업 생존 지수 모델들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는 등 AI 기술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모델을 만들어 제공하는 등 고객을 더 잘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 AI 기술을 바탕으로 대출 실행 과정에서 이상 거래를 감지하여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 등 금융 범죄를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는 FDS(Fraud Detection System) 모델을 개발하여 제휴 파트너사들에 제공하거나, 평가할 데이터가 부족하여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지 못하거나 대출을 승인받지 못하는 '씬파일러(Thin Filer, 충분한 상환 능력에 비해 신용점수가 낮고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금융 소비자)'를 위해 다양한 플랫폼 기업들과 대안 신용평가모델을 만드는 등 각종 모델링에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성형 AI(Generative AI) 역시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일차적으로는 내부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범위를 확장하는 데 활용 중이다. 핀다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의 협업을 통해 핀다의 정보는 전체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고 핀다 모델 학습에만 사용되는 프라이빗(Private) GPT4/3.5를 도입하고 개인정보 마스킹 작업 등을 통해 내부 상용화를 완료했다. 대표적인 사례 중에 하나는 CX팀이 만든 지식센터와 고객 응대 챗봇인데, 개발자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없이 내부 약 2만 건의 VOC 및 월 5만 건 정도의 외부 VOC를 실시간 수집하여 이에 대한 분석과 통계를 지식센터(Knowledge center)에 구축하고 있고, 축적된 질문들에 대한 콘텐츠 생성 및 AI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AI가 숨겨 놓은 금맥을 찾아 깃발을 꽂기 위한 전 세계 기업들의 골드러시는 이미 시작됐다.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AI를 도입해 더 큰 도약을 꿈꾸는 동안 한국만 AI를 외면해 또다시 혁신의 기회를 놓치는 일만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AI가 금융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발전시킬수록 닫혀있던 금융 혁신의 가능성이 열리고, 금융소비자의 효용 역시 더욱 커질 것이라 믿는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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