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기준 잔액 704조원한달 간 약 10조 가까이 급증대기업 중심으로 크게 늘어"레고랜드 등 회사채 시장 영향"
4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들의 지난달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4조6707억원으로 전월 대비 9조7718억원 증가했다. 특히 기업대출 잔액이 700조원 이상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 규모별로 대출 증감폭을 살펴보면 이번 기업대출 증가규모의 절반 이상은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07조1474억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6조6652억원 늘었다. 이는 전월에 비해 6.6% 증가한 규모로, 기업대출 총 증가폭의 약 6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올해 들어 대기업대출의 증가폭은 전월대비 1~3조원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 3월말 기준으로는 전월대비 3251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올 들어 비교적 높은 증가규모를 보였던 지난 9월 말은 전월대비 3조7331억원 늘어났는데, 이때와 비교해도 거의 2배 가까이 된다.
중소기업 대출도 늘었다.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282조7156억원으로 한달 전에 비해 3조5668억원(1.3%)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도 지난 9월에 비해 늘었다. 지난 9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의 전월대비 증가폭은 2조1081억원(0.8%)였다.
반면 소호(개인사업자) 대출은 소폭 줄었다. 소호 대출 잔액은 한달 전에 비해 4602억원(-0.2%) 감소한 314조8077억원이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증가하면서 주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이 급증한데는 회사채 시장의 경색 여파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들의 기업대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최근 부동산 침체, 금리 인상 등으로 가계대출에 대한 수요가 줄자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늘려왔기 때문이다.
다만 그간에는 대기업들의 경우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주로 소호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늘어왔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금리가 크게 오르며 회사채 시장은 조금씩 얼어붙었고 얼마 전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급속히 위축되자, 대기업에서도 결국 은행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기업대출의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색된 회사채 시장이 해소되지 않는 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은행에 몰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레고랜드가 트리거가 된 것은 맞지만 올해 하반기 들어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결국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회사채 발행이 힘든 기업들은 결국 은행에 문을 두드릴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분간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문제는 경기가 더 어려워지면 무너지는 기업들이 생길테고, 그때는 은행들의 건전성 이슈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