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서비스 이용자가 여러 금융사의 대출 조건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본인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지를 고르는 게 당연할 것이다. 즉, 선택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춰 공급되는 재화의 성격이 응당 소비자 중심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플랫폼 경제가 추구하는 선의의 경쟁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거래 플랫폼이 되어버린 아마존, 에어비앤비, 우버 등의 성장이 고객 중심 서비스의 중요성을 반증한다.
금리를 낮출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이미 법률로 존재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2019년 6월에 은행법과 보험업법 등의 개정을 통해 소비자의 신용상태가 개선된 경우, 금융사에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제화한 것이다. 즉, 소비자가 승진을 하여 연 소득이 높아지거나 재무상태가 개선됐을 때,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의 금리를 낮춰 달라고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명시된 권리지만, 이를 알 길이 없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높은 금리의 이자를 납부해야 했다. 권리를 알려줘야 하는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은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높여야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보니, 대출금리를 낮추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크지 않다. 은행 영업점에 찾아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하면 수많은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 통보도 기다려야 하고, 그 마저도 승인이 안 된 경우가 많다. 2020년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17개 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58.1%였다. 열 명 중 네 명은 거절된 것이다.
고객의 입장에서 이런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거나, 알더라도 어렵게 받은 대출이기에 바꾸기 두려운 마음 역시 이해가 된다. 발품 팔아 여러 가지 복잡한 서류를 제출하고, 심사 과정을 통해 거절당하는 경험을 겪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속적인 금리 상승기나 대출 규제가 변동하는 시기에는 꾸준히 자신의 신용점수와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 조건이 변동되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하물며 신용대출은 비대면으로 쉽고 간편하게 알아볼 수 있고 핀다와 같은 대출 플랫폼을 통해 한 번에 여러 금융기관에서 본인의 대출 조건을 조회하고 비교해 볼 수 있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역시 더 많은 이들이 더 나은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정당한 권리를 보다 쉽고 편리하게 행사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서도 신규 대출이 아닌 대환대출이 가능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일부 DSR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하거나 작년 하반기 무산된 대출 이동 시스템 등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면, 이를 통해 고객들은 결국 자발적으로 대출을 더 잘 갚고 신용을 높이려고 선의의 노력을 할 것이라 생각한다. 금융 생태계에서 이해관계자들 모두 건강한 경쟁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금융상품이 더욱 고객을 향할 수 있도록 고객을 위한 안전한 운동장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궁극적으로는 우리가 나아갈 금융서비스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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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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