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텐센트, 일부 한국게임 자국 출시 준비 중단리니지2 레볼루션 등 1년 대기, 경쟁력 상실 우려게임산업 보호 정책에 '판호 문제' 장기화 전망도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월 이후 중국 정부는 한국 게임에 대해 신규 판호를 단 한건도 발급하지 않았다. 판호는 중국 신문출판광전총국이 자국 내 출판물에 발급하는 일종의 고유번호다. 게임도 '출판물'에 포함되므로 판호가 없으면 중국에서 서비스 할 수 없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를 내주지 않는 이유에 대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따른 보복조치로 보고 있다.
판호 발급 지연이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중국 내에서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는 텐센트와 넷이즈 등 주요 업체들이 한국 게임 출시 준비를 무기한 연기하거나 중단한 곳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게임업계에 밝은 한 관계자는 “최근 중국에서 텐센트에 다니는 현지 직원을 만나 (판호 문제에 대해) 현재 분위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면서 “국내 유력 게임사가 만든 모바일 게임의 중국 서비스를 준비하는 팀이 완전히 해체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텐센트도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해당 팀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 낭비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게임업계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제대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글로벌 영향력은 물론 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넷마블은 자사의 인기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에 대해 판호 신청을 해놓고 1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리니지 레드나이츠’ 판호를 기다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의 주기가 짧은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출시 1년이 넘게 지난 게임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크게 잃을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한국 게임을 고사시키려는 작전을 펼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국내 중소 게임사들은 중국 판호 발급을 기다릴 여력조차 없는 상황이다. 기약 없는 중국보다는 동남아 시장이나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신작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 게임사 한 관계자는 “최근 출시한 모바일 신작은 개발 단계부터 중국 서비스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사드 문제가 해결돼도 판호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자국 게임을 보호·육성하는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판호 문제가) 사드보복과 아주 무관하지는 않겠지만, 중국 정부가 가장 견제하는 상대가 바로 한국”이라며 “이미 한국 게임의 파급력을 경험한 이상, 자국 게임의 경쟁력이 충분히 갖춰졌다고 느낄 때까지 한국 게임의 진입을 막거나 크게 제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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